형사전문변호사인 조형래 변호사가 법무법인 법승에 광주사무소 책임변호사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18년도에, 아들이 카메라 불법촬영을 해서 경찰조사, 검찰조사, 재판까지 도와드렸던 의뢰인이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때 의뢰인 아들은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했었는데, 학업 스트레스와 부모와 갈등을 잘못된 방법으로 해소한다고 카촬이라는 잘못된 행동을 했었습니다.
불법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의 분량이 생각보다 많았지만, 의뢰인 아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본성은 바른 아이었고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도와 당시 소년법 보호처분으로 끝났었는데, 의뢰인 아들이 그새 똑같은 범죄를 이번에는 더 대범한 수법으로 하다가 현행범으로 딱 걸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일을 어떻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곧바로 면담 일정을 잡고 의뢰인 부부와 그들의 아들을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2년 전 고1이었던 아이는 이제 고3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창 수능공부를 하다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다시 범행을 저질렀던 것이었는데, 아들에 대한 기대가 컸던 의뢰인 부부는 정말 절망과 실망감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하나뿐인 아들이 전과자가 되는 것만은 막고 싶어서, 그리고 가능하다면 소년원에 위탁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다시 도움을 구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솔직히 너무 부끄러워서 다른 변호사님들도 만나보고 왔는데, 조형래 변호사님이 그때도 너무 잘 해주시고 해서 염치 불구하고 연락드렸습니다”라며 한숨을 푹 쉬었습니다. 의뢰인 부부를 위로하고, 그들의 아들과 단 둘이 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당사자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해결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자세하게 들어봐야 했고 면담은 2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당사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집에 독립된 공간이 없어서 매우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2년 전에 아들이 카촬로 재판까지 받게 되자, 성공한 중산층 부모였던 의뢰인이 아들에 대한 실망감과 훈육을 한다는 생각에 아들의 방에 있던 컴퓨터를 거실로 빼냈고, 사용시간도 엄격히 통제했던 모양이었습니다. 아들 방도 수시로 들락거리고 잠금장치도 없애버려서 아들은 집이 감옥 같다는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떤 심정이었을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 첫 재판을 하면서, 그리고 좋은 결과를 받고 나오면서 의뢰인께 ‘아들을 믿고 독립적인 시간과 공간을 허락해주시라’고 당부하였건만 부모님은 그 중요성을 간과했던 겁니다.
하지만 비단 의뢰인 부부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당사자도 변호인이 2년 전 가정법원에서 데리고 나오면서 “1달에 1번은 꼭 심리상담을 받고, 그래도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나한테 연락하라”고 당부했었는데, 3개월 정도만 상담을 받고서는 학업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성범죄는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치료가 매우 중요한데, 치료가 제대로 지속되지 못했던 겁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사진을 대상자의 동의 없이 촬영하는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촬영한 촬영물을 복제하여 반포, 판매, 임대, 제공, 공공연하게 전시, 상영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보호소년 사건에서는 부모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아이와의 교감도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이가 잘 했다고 해서는 안됩니다. 그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이 사회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 스스로 잘못했다는 것을 명확히 느끼게 해야 합니다. 단지 경찰서 가는게 무서워서, 법원에서 처벌을 무겁게 받는게 싫어서 잘못했다고 하는 것과, 정말로 반성해서 잘못했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가 재범을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형래 형사전문변호사는 2년 전과는 달리 곧바로 아이 말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반성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내가 너무 쉽게 도와주면, 아이는 또 똑같거나 더한 범죄에 빠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아이와 가족의 인생을 바로잡기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아파도 지금 제대로 고쳐야 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반성하는 건지 모르겠고, 저번에 진심으로 믿고 도와줬는데 이렇게 실망을 시킬 수 있냐며, 더는 도와줄 수 없으니 다른 변호사님께 가라고 하였습니다. 아이는 울면서 매달렸고, 상담실 옆에 있던 대기실에서 아이가 우는 소리를 들은 부모도 방으로 들어와 무릎을 꿇고 한 번만 더 도와주시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변호사는 최종 결정을 할 수 있는 판사도 아니고, 사건을 형사법원이 아닌 가정법원으로 보낼 권한을 가진 검사도 아닙니다. 나름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노하우로 검사를 설득해서 아이에게 전과가 남지 않도록 형사법원이 아닌 가정법원으로 보내주도록, 그리고 판사를 설득해서 가능한 관대한 처분을 내려주실 수 있도록 최선의 조력을 다하는 것이 역할입니다. 하지만 변호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법정이나 검찰청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부모와 자식 간에 믿음의 끈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 사무실은 그나마 자유로운 공간이기 때문에. 자기 때문에 무릎까지 꿇고 울며 하소연하는 부모의 모습은 아이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 들게 하였을 것이고, 자신의 행동이 사랑하는 부모님께 얼마나 큰 비수가 되어 돌아오는지를 처절히 느꼈을 것입니다.
아이는 부모를 따라 무릎 꿇고 처절하게 흐느끼며 죄송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했고, 변호사가 아닌 “엄마, 아빠 미안해”라는 말을 하며 흐느끼고서야 변호인은 “우리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해보자”라며 아이를 감싸 안고 일으켜 세웠습니다. 다행히도 아이는 부모님을 사랑하고 있었고 부모도 아이에 대한 사랑이 컸기 때문에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진심어린 반성과 변호인의 최선을 다한 조력으로 의뢰인에게는 1호(보호소년을 부모에게 위탁), 2호(수강명령 ? 보호소년 20시간, 부모 8시간), 3호(사회봉사명령 80시간), 5호(장기보호관찰), 특별명령(2년 동안 심리상담 1달에 1회 진행 후 보고) 등의 보호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제 와서 밝히지만, 이 사건이 문제가 심각했던 이유는 재범이었던 것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독서실이나 도서관 아니면 버스에서 치마 입은 여자들의 다리와 허벅지만 찍었던 아이가, 이번에는 여자화장실에까지 몰래 들어가서 여자들을 촬영하였습니다. 또한 촬영수법도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상당히 전문적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핸드폰만 가지고 촬영한 것이 아니었다는 얘깁니다.
이는 당연히 검사님과 판사님들 눈에 좋게 보일리 없었고, 미투 운동 이후에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나오며 성범죄 피해자들을 강하게 보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당장 검사님부터 의뢰인의 아들을 전과가 남은 형사법정으로 보내야 할지를 고민하셨습니다. 다행히 검사님을 직접 찾아 뵙고 설득한 결과 사건을 가정법원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30명이 넘는 피해자 중에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연락하여 사정을 대신 설명하고 합의를 보고 선처를 탄원하는 서명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판사님께서 보시기에도 마냥 쉽게 해주실 수만은 없었을 것이었다. 판사님은 최종 처분을 내리시기 전에 우선 의뢰인 아들을 1달 동안 분류심사원에 보내셨습니다. 분류심사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보시고 나서 최종 결정을 하시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거의 확실하게 예견하였던 결정이었고,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1달 후에 있을 최종 결정이었습니다.
1달 후. 나는 외국에 파견을 나가 있던 의뢰인을 재판날짜에 맞춰서 입국하시도록 하였습니다. 법정에 나오셔서 직접 판사님께 아들에 대한 변치 않은 사랑과 양육의지를 보여주게끔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의뢰인 아내도 바빴지만 함께 나오게 하였습니다. 판사님께는 미리 보조인 의견서와 각종 참고자료를 정리해서 제출하였고, 그 사이에 피해자들 중 연락처를 확인한 분들에게도 직접 연락하여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다행히 이런 노력이 판사님께 잘 전달된 덕분인지, 판사님께서도 “원래대로라면 별 고민 없이 소년원으로 보낼 텐데, 부모님하고 당사자 그리고 변호사님이 보여주신 의지가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30분 넘도록 부모님과 보호소년 당사자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셨고, 보조인인 나에게도 의견을 구하셨습니다.
결국 판사님께서는 고심 끝에 아이를 다시 부모에게 위탁하여 주셨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가족을 위해서 2년 전 판결보다는 더 많은 조건들을 부가하셨습니다. 매우 당연한 조치였습니다. 이제 변호인의 역할은 의뢰인 부부와 그들의 자녀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사건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사건 담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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